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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도마에 빠졌던 시간, 벽조목에 관심이 생기던 시간.

끄적이는 낙서

by 대디하트 2021. 10. 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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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순서대로 글을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머릿속에 그리 정리 정돈이 잘 되는 사람이 아니니...

그리고 '대디하트. 나무를 말하다'의 글을 존댓말을 쓰지 않으려 한다.

그저 내 공개 일기 정도로 해두기로 한다.

 

순서를 거슬러 벽조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그런데 그러려면 그 이전과 겹치는 부분들이 있을 듯하다.

처음 벽조목이라는 것이 관심을 가질 때 이미 나는 여러 나무를 만져 보았고 많은 것들을 만들어 보았다.

이런저런 소품을 만들었었고,

남들 다 만드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이 없을까... 고민할 때

 

한국에는 서양처럼 아름다운 손잡이 빵도마나 도마를 만드는 사람이 없었기에

도마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손잡이 빵도마와 도마, 서빙보드 등을 디자인하고 작업했다.

성격상 최고를 꿈꾸기에 서양의 자료를 모두 뒤지고,

변형이 많은 나무가 도마가 되기 위해서는 라인이 어때야 하는가 테스트를 하고,

왜 그들의 라인은 화려함보다 단순한가를 알게 되었을 무렵.

 

나무판의 공방을 하는 주위 사람들은 도마를 만든다고 하면,

초보나 만드는 거? 기술이 없나? 비웃기도 하고... 정말 대부분 그러했다.

그때는 도마를 만든다고 말하면 초보라고 말하는 공식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만들어본 나로서는 도마가 제일 어렵다고 생각했다.

나무를 잡아주는 어떤 프레임이나 부속도 없이 오로지 나무 하나가 뒤틀리지 않아야 하고

오로지 라인 하나로 작품이 되어야 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오로지 기타 한 대로 감동을 줘야 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일이 년쯤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도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생기고, 초보의 관문이 작은 소품 DIY에서 도마로 바뀌고,

나를 우습게 말하던 공방들이 가구가 아닌 도마를 만들고 있었다.

대한민국 나무판이 하루아침에 도마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떤 연구나 테스트도 없이 그저 나무 하나로 만드는 도마니 쉬웠을 것이고,

뒤틀림이나 라인에 대한 연구 없이 많은 손잡이 빵도마가 쏟아져 나왔다.

서양의 빵도마보다 한국의 빵도마는 라인이 화려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만들었던 서양의 빵도마는 왜 단순한 것인가. 왜 화려하지 않은가...

그것은 수십 년 수백 년의 세월 속에 나무 하나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라인이 많지 않기 때문을 알기 때문이고

우리는 이제 시작했으니 경험이 없으니 그저 이쁜 빵도마가 이쁜 것이었다.

그것이 하자가 되는 것을 모르고....

 

여전히 경험의 시간이 부족하고, 여전히 남들보다 많이 팔아야 하고, 여전히 팔리는 걸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여전히 한국의 빵도마는 화려하고 라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

 

 

들 다 빵도마를 만드니, 나는 그것이 만들기 싫어졌다.

그래서 새로운 걸 찾기 시작했고, 그 시작은 목걸이였다.

 

여기서 나는 크게 하나를 느낀다.

경쟁.

누군가 도마를 만들면 누군가 나는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고

누군가는 뒤집개를 만들고 누군가는 접시를 만들고 또 누군가는 가구를 만들고....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찾으려는 것이 아닌 남들이 하는 것을 찾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여전히 나는 새로운 걸 꿈꾸지만,

이제 블로그나 SNS 공개를 많이 고민한다.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엇을 만드는 그 긴 시간의 고민이, 하루아침에 누군가 살짝 다르게 만드는.

그래도 되는.

수제품이기에 손으로 하는 것이 완벽히 똑같지 않으니 그것도 괜찮다고 말하며,

디자인이 아닌 아이디어 도용은 어떠한 죄책감이 없는.

그리고 그렇게 아무 문제없이 판매들을 한다는 것.

돈은 벌 수 있을지 몰라도 작가는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 이다.

물론 돈 벌려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더 놀라운 건 설명도 도용된다는 것.

내가 쓴 설명이 여기저기 설명에 쓰이기도 하고,

하나도 달라진 점 없이, 지식인의 답글로도 사용되는 것을 보면.....

외국에서 살까 고민하던 시기에 그런 부분이 나를 더 떠나게 한 부분이기도 하다.

 

벽조목을 시작하는 계기를 쓰려 했는데, 그 이전 상황이 차지해 버렸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흘러가야 할 이야기이다.

다음에는 벽조목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 사이사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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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플래닛 Wood Planet 2015.9월호.

나무를읽다 연재 15번째에 소개 된 대디하트 빵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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